일반 · CHAPTER 01

돈이란 무엇일까 — 크라우니 경제로의 초대

저는 가끔 시장 어귀 작은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곤 합니다. 콩나물값을 두고 천 원 깎으려 실랑이하는 어머니, 그 옆에서 동전을 세는 주인 아주머니.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건 분명 '돈'인데, 거기에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이 흐르고 있었어요. 오랜 단골의 정, 한 끼를 챙기는 마음, 내일도 또 오겠다는 약속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가장 오래된 질문 하나를 먼저 건네고 싶습니다. 돈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어린아이에게 물으면 "물건 사는 거"라고 답합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펴면 "교환의 매개"라고 적혀 있고요. 둘 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마음이 헛헛한 어느 저녁, 월급봉투를 받아 든 손끝에서, 혹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자리에서 우리가 느끼는 '돈'은 조금 다릅니다. 그건 한낱 종잇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꿈, 신뢰, 그리고 시간이 잠시 모습을 바꿔 입은 것이 아닐까요.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여러분께 들려드릴 크라우니 경제는, 바로 그 생각에서 시작합니다.

돈, 자산, 부 — 세 칸짜리 살림 서랍

집집마다 살림 서랍이 있지요. 맨 위 칸에는 매일 쓰는 잔돈과 영수증이, 가운데 칸에는 통장과 보험증서가, 맨 아래 깊은 칸에는 결혼반지나 부모님 사진처럼 함부로 꺼내지 않는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크라우니 경제는 돈을 꼭 그런 세 칸짜리 서랍처럼 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오래 남고, 더 깊은 뜻을 담아요. 저는 이 세 칸을 차례로 머니, 에셋, 웰스라고 부릅니다. 하나씩 열어볼까요.

첫 번째 칸: 머니(Money) — 크라우니원

맨 위 칸, 머니는 우리가 매일 만지고 쓰는 화폐입니다. 크라우니 경제에서는 이를 크라우니원(CRW)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약속이 하나 걸려 있어요. 1 크라우니원는 1 미국달러와 똑같습니다. 더 비싸지도, 싸지도 않게 나란히 손을 맞잡고 갑니다. 어렵게 환율을 계산할 필요가 없도록, 일부러 그렇게 단단히 묶어둔 거예요.

여러분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는 순간, 그게 바로 머니의 세계입니다. 월급을 받을 때, 공과금을 낼 때, 손주에게 용돈을 쥐여줄 때. 이 모든 순간에 우리는 '결제'와 '교환'이라는 머니의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살림 지혜가 하나 숨어 있어요. 머니는 더 잘게도 나뉩니다. 729 톨(Tol)이 모이면 1 크라우니원가 돼요. 톨이라는 이름은 곡식 낱알에서 따왔습니다. 쌀 한 됫박이 수천 낱알의 쌀로 이루어지듯, 한 푼의 돈도 알고 보면 자잘한 낱알들이 모인 것이라는 마음에서요. 작은 거래 하나하나가 모여 살림이 되는 것, 그게 톨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칸: 에셋(Asset) — 포네와 맘

가운데 칸, 에셋은 가치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또 표현하는 자산입니다. 이 칸에는 성격이 사뭇 다른 두 가지가 나란히 들어 있어요.

하나는 포네(FONE)입니다. 2,550원 규모의, 자산처럼 행동하는 화폐예요. 보통 돈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값이 깎이지만, 포네는 그 자리를 든든히 지킵니다. 명절에 자식들 주려고 새 지폐로 바꿔 장롱 깊이 모셔둔 빳빳한 목돈, 손에 쥐었을 때 마음이 놓이는 그 느낌. 포네가 바로 그런 자리에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맘(MOM)입니다. 약 25원(25.5원) 단위의 아주 작은 자산인데, 이 친구는 금액보다 마음을 먼저 봅니다. 단골 식당에서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하며 슬쩍 얹는 작은 정성, SNS에서 누군가의 글에 꾹 눌러주는 '좋아요' 같은 것이요. 금전적 가치가 분명 있지만, 맘의 진짜 일은 신뢰와 감정을 실어 나르는 데 있습니다.

계모임을 떠올려 보세요. 매달 얼마씩 돈을 모으긴 하지만, 우리가 진짜로 붓는 건 "우리가 함께 간다"는 마음이잖아요. 회비 봉투보다 무거운 그 마음, 맘이 바로 그것입니다.

세 번째 칸: 웰스(Wealth) — 부의 정체

이제 맨 아래, 가장 깊은 칸을 열 차례입니다. 여기 든 것이 웰스, 진정한 의미의 '부'예요. 이것은 하루아침에 뚝딱 생기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선택과 신뢰가 천천히 굳어져 만들어지는 것이거든요.

크라우니 경제에서 웰스의 가장 윗자리에는 크라우니(CRY)라고 부르는 부가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1 크라우니는 우리 돈 약 25,500원쯤 되는데요, 이 친구에게는 남다른 성질이 하나 있어요. 크라우니는 매년 9월 30일을 마디로 삼아 꾸준히 자랍니다. 한 해에 약 7%씩이요.

저는 이것을 단순히 '값이 오른다'는 뜻으로 새기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한 해 동안 세상이 그만큼 더 나아졌다'는 믿음의 기록에 가까워요. 나무가 한 해에 나이테 하나를 더하듯, 우리가 살아낸 일 년의 무게가 거기 한 겹 더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크라우니 너머에는, 아직 문을 활짝 열지 않은 미래의 부가 잠들어 있습니다. 한선과 선호라고 부르는 것들이에요. 이들은 지금 당장 사고파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세상이 더 부지런해지고 더 많은 것을 길러낼 때를 기다리며" 미리 마련해 둔 자리입니다. 첫아이가 자라 어느 날 형이 되고 누나가 될 때를 부모가 미리 마음에 그려두듯, 크라우니 경제도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벌써부터 품고 있어요. 그 문이 언제 어떻게 열릴지는, 때가 무르익었을 때 여러분께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돈이 가진 또 다른 얼굴

자, 여기서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져볼게요. "그렇다면 돈이 제일 좋은 건가요?"

제 대답은, 아니요, 입니다. 크라우니 경제는 머니를 가장 높은 자리에 두지 않아요. 돈은 어디까지나 교환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 위에 자산이 있고, 자산 위에 진정한 부가 있어요. 서랍의 위 칸일수록 자주 열지만 금세 비고, 아래 칸일수록 좀처럼 열지 않아도 오래오래 남는 것처럼요.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약속을 끝까지 지켰을 때, 손해를 보면서도 옳은 길을 택했을 때. 그 순간 손에 쥔 건 돈이 아니라 신뢰였어요. 그리고 그 신뢰야말로 자산의 첫 단추입니다. 그렇게 모인 신뢰가 세월을 견디면, 비로소 진정한 부가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부자일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럼 나는 부자일까요, 가난한 걸까요?"

크라우니 경제는 사람을 그렇게 둘로 가르지 않습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도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저는 여러분께 묻고 싶어요.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곁에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길러낼 수 있는지를요.

돈은 흐릅니다. 자산은 고입니다. 그런데 부는 — 부는 여러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의 기록입니다.

이 책은 그 기록을 함께 써 내려가자는 초대장이에요. 여러분의 오늘 선택이 어떻게 자산이 되고, 그 자산이 또 어떻게 진정한 부로 영그는지, 저와 나란히 걸으며 살펴봅시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돈 그 이상의 것, 신뢰와 꿈과 내일을 만나게 될 거예요.

서랍을 다 열었으니, 이제 첫 칸부터 천천히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함께 가요.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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