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 CHAPTER 09

나누는 경제 — 돈이 사람을 잇는다

제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계모임이 있었습니다.

매달 한 날, 어머니는 꼬깃꼬깃 접은 돈을 들고 옆집 아주머니 댁으로 가셨어요. 거기 모인 분들이 한 사람씩 돈을 얹으면, 그달의 곗돈은 누군가의 몫이 되었습니다. 큰딸 시집보낼 사람, 가게 보증금이 모자란 사람, 아픈 식구 병원비가 급한 사람. 그렇게 한 사람의 차례가 채워지고, 다음 달엔 또 다른 사람의 차례가 채워졌어요.

이상하지요. 그건 은행도 아니고, 계약서도 없었어요. 오직 "우리 서로 안다"는 신뢰 하나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모임이, 제가 평생 본 어떤 금융기관보다도 따뜻하고 또 정확했어요.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 크라우니 경제는, 사실 별것이 아닙니다. 저 시골 계모임의 따뜻함과 신뢰를, 세계라는 큰 살림으로 펼쳐놓은 것뿐이에요. 돈이 사람 사이를 흐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저와 함께 천천히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돈은 신뢰다 — 화폐의 진짜 역할

우리는 오랫동안 돈을 딱딱한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환율, 수수료, 이자… 어딘가 차갑고 복잡한 느낌이지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돈이라는 건 결국 약속이에요. "이 종이 한 장이 쌀 한 됫박만큼의 값을 한다"고 우리 모두가 믿어주기 때문에 돈이 됩니다. 믿음이 빠지면 그건 그냥 종이예요.

그래서 저는 크라우니의 화폐를, 신뢰 위에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크라우니원(CRW)가 그 첫걸음입니다. 결제할 때, 물건값을 치를 때 쓰는 돈이에요. 1 크라우니원는 1,000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대로입니다. 동네 가게에서 카드 한 번 긋는 그 느낌 그대로, 다만 그 뒤에 약속 하나가 더 붙어 있어요.

결제 수수료가 없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짐작이 가실까요. 보통 온라인에서 결제하면 3~4퍼센트가 어디론가 빠져나갑니다. 하루 종일 가게 문 열고 장사한 주인은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 떼주고, 손님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게 크라우니에서는 사라집니다. 100원을 내면 100원이 갑니다. 중간에서 슬쩍 가져가는 손이 없어요. 계모임에서 곗돈을 한 푼도 떼지 않고 그대로 다음 사람에게 넘기던 그 깨끗함처럼요.

참, 작은 살림 이야기 하나 덧붙일게요. 크라우니원에는 더 작은 낱알 단위가 있어요. 곡식 한 됫박을 낱알로 세듯, 1크라우니원를 729개로 잘게 나눈 것을 톨이라 부릅니다. 729톨이 모이면 1크라우니원, 곧 1,000원이에요. 아주 작은 마음까지 흘려보낼 수 있도록, 낱알만큼 잘게 나눠둔 거지요.

마음도 돈이다 — 포네와 맘

그런데 우리가 주고받는 게 늘 큰돈만은 아니잖아요.

친구가 어려울 때 마음을 보태준 조언, 누군가 정성껏 달아준 댓글 한 줄. "정말 고마웠어요" 하는 그 마음을, 말로만 흘려보내기 아까울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마음에도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포네(FONE)가 그 자리 하나입니다. 약 2,550원쯤의 값을 가진 자산이에요. 포네의 좋은 점은, 값이 함부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마치 금붙이처럼,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지켜주는 물건이지요. 작은 사업을 하신다면, 포네를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도 알뜰한 살림이 됩니다.

맘(MOM)은 더 작아요. 약 25원쯤 되는 마음의 단위입니다. 누군가에게 "당신 말이 참 좋았어요" 하며 1맘을 건넨다면, 그건 이 시대의 가장 따뜻한 인사예요. 손가락으로 누르던 하트와 좋아요가, 이제 진짜 마음의 무게를 가지게 된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꼭 기억해주세요. 포네와 맘은 자산이에요. 받았다고 곧장 현금으로 바꿔 쓰는 돈이 아닙니다. 계모임에서 신용이 곗돈보다 귀했던 것 기억하시지요? 한 번도 돈을 떼먹지 않은 사람, 어려울 때 먼저 손 내밀던 사람 — 그 신용은 돈으로 살 수 없었어요. 포네와 맘이 꼭 그렇습니다. 그건 당신이라는 사람을 증명해요.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 얼마나 남을 돕는 사람인지를요.

부는 사다리다 — 웰스의 세 계층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크라우니는 그저 "돈"만 있는 경제가 아니에요.

저는 경제를 화폐 → 자산 → 부, 세 칸짜리 사다리로 봅니다.

  • 화폐는 맨 아래, 주고받는 수단이에요. 결제할 때 쓰는 크라우니원가 여기 있습니다.
  • 자산은 그 위, 가치를 쌓아두는 것이에요. "이건 내 것"이라고 모아둘 수 있는 포네와 맘이 여기 있고요.
  • 부는 맨 위, 사다리의 꼭대기예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는 무게를 가집니다.

부의 꼭대기에는 크라우니(CRY)가 있습니다.

지금 1크라우니는 우리 돈으로 약 2만 5천5백 원쯤의 값을 가져요. 그런데 크라우니에는 신기한 약속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해마다 9월 30일이 되면, 크라우니뱅크가 크라우니의 값을 7퍼센트가량 올려줘요. 봄마다 한 마디씩 키를 키우는 나무처럼, 해를 거듭하며 자라는 부인 셈이지요.

그러면 사는 값과 파는 값이 다를까요? 그렇습니다. 팔 때는 그해 올라간 높은 값을 받고, 살 때는 지난 시즌 값과 올해 값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사게 돼요. 저는 이 "사는 구간"이 참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이 크라우니를 사려고 모여드는 때가, 곧 세상 살림이 잘 돌아가는 때거든요. 사고파는 그 자리가, 우리 경제가 건강한지 일러주는 잔잔한 신호가 되는 거예요.

미래의 부 — 한선과 선호

그런데 이 사다리에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윗칸이 있습니다.

크라우니 위에는 한선이라는 이름의 부가 있어요. 크라우니보다 열 배 너른 묶음이고, 정해진 총량은 777억입니다. 다만 이 문은 아직 열려 있지 않아요. 생태계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또는 약속된 날이 올 때까지, 가만히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한 날을 위해 장롱 깊이 모셔둔 패물함처럼요.

그리고 한선 위에는 선호가 있습니다. 한선보다 다시 열 배. 역시 총량 777억으로 정해두었어요. 선호 또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걸 숫자놀음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선과 선호는 앞으로 열릴 세상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거든요. 자식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그 작은 아이가 앞으로 이뤄낼 모든 꿈을, 우리는 그 순간 함께 안잖아요. 한선과 선호가 꼭 그렇습니다.

언제 그 문들이 열릴지, 어떤 모습일지는 지금 못박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것들이 오늘의 잣대로 매겨지는 값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지, 우리 손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만들어낼지 — 그 미래의 생산성을 향한 기대 위에 지어진 부입니다. 한선과 선호 이야기는, 그러니 지금은 미리 들려드리는 먼 훗날의 약속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나누는 경제가 만드는 변화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계모임에서 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신뢰를 모아 한 사람의 꿈을 이뤄주고, 다음 달엔 또 다른 이의 꿈을 이뤄줬어요. 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결국 모두에게 자기 차례가 옵니다. 더 귀한 건 그 다음이에요. 곗돈이 다 돌고 모임이 끝난 뒤에도, 그 사이에 맺어진 이웃 정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게 계모임의 진짜 살림 밑천이었어요.

크라우니 경제는 그 마음을 세계로 넓힌 것뿐입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1맘을 건넬 때, 그건 그냥 약 25원이 아니에요. 신뢰의 인사입니다. 당신이 포네를 모을 때, 그건 도망 못 가게 묶어둔 돈이 아니라, 당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표식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사람을 잇습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돈을 제 몫 챙기기 게임으로 여겨왔어요. "내 것이 늘면 남의 것이 준다", 누군가 따면 누군가는 잃는 그런 싸움처럼요. 하지만 크라우니에서는 다릅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도우려 포네를 보내면, 당신은 더 믿음 가는 사람이 됩니다. 당신이 일을 잘해서 맘을 많이 받으면, 당신은 세상에 더 필요한 사람이 되고요. 누가 잃어서 내가 얻는 게 아니라, 함께 커지는 거예요.

그게 나누는 경제입니다.

앞으로 열릴 것들

지금 우리는 화폐의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크라우니원로 값을 치르고, 포네로 자산을 쌓고, 맘으로 고마움을 나누는 나날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세상은 또 달라질 거예요. 언젠가 한선의 문이 열리는 날, 우리가 함께 지어온 이 살림이 얼마나 단단했는지 비로소 드러날 겁니다. 그 다음엔 선호가 기다리고 있고요. 그 너머에 또 무엇이 올지는, 솔직히 저도 다 알지 못합니다. 그건 지금 우리가 함께 다지는 신뢰의 바닥이 정해줄 테니까요.

그러니 당신이 오늘 누군가를 돕는다면, 그건 그저 착한 마음 한 번이 아니에요. 미래를 한 칸 쌓아 올리는 일입니다.

계모임이 오십 년쯤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면, 결국 모두가 한 번씩은 자기 몫을 받는 부자가 되는 거 아닐까요. 크라우니 경제는 그걸 세계라는 살림으로 해보고 싶은 거예요. 사람마다 제 차례가 돌아오도록, 아무도 빠뜨리지 않으면서.

돈이 흘러야 사람이 만납니다. 우리는 그 흐름 위에서, 오늘도 따뜻한 세상을 한 채씩 지어가고 있어요.

내 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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